4. 버티포트(Vertiport) 설계·입지·환승 허브 전략

도심항공교통(UAM)의 성공을 가르는 핵심은 하늘 위 기체만이 아닙니다.
승객이 오가는 지상 거점, 즉 버티포트(Vertiport)의 설계와 운영 역량이 하늘길의 품질을 좌우하죠.
이번 글에서는 국제 가이드라인과 우리나라 정책 흐름을 바탕으로, 버티포트의 개념·설계 요소·입지 기준·환승(멀티모달) 전략까지 폭넓게 정리합니다.


1. 버티포트(Vertiport)란 무엇인가? (개념과 범위)

vertiport
버티포트는 eVTOL(전기 수직이착륙기)이 이착륙(Take-off/Landing)하고, 승객이 승하차(Embarking/Disembarking)하며,
기체가 충전·정비·대기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복합 교통 허브입니다.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버티스톱(Vertistop)은 유·무상 운항에 필요한 서비스(정비·보관 등)를 제공하지 않는 간이형 거점을 의미합니다.

국제 표준·가이드라인은 버티포트의 물리적 특성, 장애물 제한, 접근·이륙 경로, 표지 및 조명,
지상 운영(안전관리·소방·구난) 등을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국내도 단계적으로 이를 반영 중입니다.

2. 설계 핵심: TLOF·FATO·안전구역·접근/이륙면

버티포트 설계는 용어부터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국제 가이드라인은 헬리포트 설계 원칙을 확장해 VTOL 특성에 맞춘 기준을 제시합니다.

요소 설명 설계 포인트
TLOF (Touchdown & Lift-Off Area) 기체가 실제로 착지/이륙하는 표면 표면 강도·평탄성·배수, 미끄럼 저감, 야간 식별 표식
FATO (Final Approach & Take-Off Area) 최종 접근과 이륙에 사용되는 구역(비행 궤적과 연동) 장애물 한계면(Obstacle Limitation Surfaces) 확보, 기체 외곽 치수 고려
Safety Area TLOF/FATO 주변의 완충·보호 공간 이탈·전도 대비 여유폭, 지표면 처리(울타리·완충재)
Approach/Departure Paths 접근/이륙 경로에 설정하는 보호면 상공 장애물, 빛눈부심, 풍하중·난류, 소음 민감구역 회피
마킹·조명·신호 주·야간 운항 가시성 및 위치 식별 표준 마킹, 가장자리 조명, PAPI/HAPI 등 시인성 장치 검토
지상운영(SMS) 안전관리체계·소방/구난·접근통제 운항절차(SOP), 비상대응(ERP), 접근제어·사이버보안

설계 수치·각도·여유폭 등은 기체 형상과 중량, 추진 방식, 운항 개념(파일럿/자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표준 문서의 최신 개정판을 참조하고, 현장 조건(도심 난류·열섬·가시거리)을 반영한 현장 적합 설계가 필수입니다.

3. 입지 선정: 소음·안전·접근성의 균형

버티포트 입지는 안전수요의 교차점에서 결정됩니다.
도심은 고층 장해물과 난류, 전선·교량 등 위험요소가 많고, 동시에 소음·프라이버시 이슈도 큽니다.
따라서 다음 항목의 기초 평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 장애물 환경: 접근/이륙 경로의 장애물 제한면 확보, 풍향·열섬·빌딩간 난류 분석
  • 소음·환경: 민감지역(학교·병원·주거) 노출 최소화, 운영 시간대별 소음 지도 시뮬레이션
  • 접근성·수요: 공항/역세권/업무지구 등 환승 수요지와의 거리, 승하차 동선 편의
  • 비상대응: 소방·구난 차량 접근성, 우회 대체착륙지 계획, 정전·통신두절 대비
  • 확장성: TLOF·FATO 확장 여력, STOL형/화물형 전환·증설 가능성

국내 시범 서비스에서는 공항·신도시·업무지구를 잇는 회랑형 노선을 우선 검토하고,
상용화 단계에서 도심 코어 및 복합환승센터로 확대하는 전략이 유력합니다.

4. 환승 허브 전략: 철도·BRT·택시·마이크로모빌리티 연계

버티포트는 단독 거점이 아니라 멀티모달 환승 허브의 일부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지하철·광역철도·BRT·공항버스와의 5분 이내 환승 동선을 목표로 하고,
라스트마일 구간은 자전거·PM·셔틀과 연계합니다.

  • 동선 설계: 승객 유도 동선 단순화(수평·수직 환승 최적화), 엘리베이터 대피용량 산정
  • 체류공간: 혼잡 시간대 대기구역·보안검색 동선 분리, 유휴시간 상업공간(리테일·라운지) 배치
  • 요금/결제: MaaS 기반 통합결제(한 번의 결제로 UAM+철도+버스), 실시간 운임 연동
  • 정보 서비스: 통합 운항 정보판, 연착·우회 시 대체 환승안 자동 제시
  • 접근성: 장애물 없는 이동(UD) 기준, 고령자·교통약자 우선 동선

5. 운영·안전: SMS, 소방·구난, 사이버보안

버티포트 운영사는 안전관리체계(SMS)를 구축해 위험식별(HAZID)·위험평가(HIRA)·잔여리스크 관리 절차를 상시 가동해야 합니다.
소방·구난(ARFF) 수준과 장비 배치는 기체 배터리·추진계 특성을 반영해 정하고,
배터리 열폭주 대응·격리 구역·배수/오염수 처리 계획을 포함해야 합니다.
디지털 측면에서는 관제망·결제시스템·출입통제에 대한 사이버보안과 이중화가 핵심입니다.

또한 운영 절차(SOP)는 정상·비정상·비상 3계층으로 표준화하고,
통신두절·기상급변·장애물 침입 등 시나리오별 복귀/우회/격리 프로토콜을 명문화해야 합니다.

6. 한국의 추진 흐름: 표준 정립과 실증, 그리고 확장

우리나라는 관계부처와 민간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중심으로 버티포트 설계 기준을 마련하고,
단계적 실증(그랜드 챌린지)→시범 상용화→전면 상용화 로드맵을 추진 중입니다.
초기에는 공항 연계·신도시 거점에 파일럿 거점을 구축하고, 이후 도심 코어 및 복합환승센터로 확장하는 단계 전략이 유력합니다.

핵심은 국제 가이드라인 정합성국내 환경 적합성의 균형입니다.
도심 고밀개발·계절풍·열섬·미세먼지 등 국내 조건을 반영한 현장 설계·운영 기준이 병행 정립되어야 합니다.

7. 실무 체크리스트 (요약)

  • 최신 가이드라인(FAA EB 105A, EASA PTS 등) 반영 여부
  • TLOF/FATO 규격·표면·장애물 제한면 검토 및 기체별 호환성
  • 접근/이륙 경로 소음·안전 시뮬레이션(시간대·계절별)
  • 환승 동선(철도·BRT·택시·PM) 목표시간 충족 여부
  • 소방·구난·사이버보안·정전/통신두절 대비 계획
  • 운영 데이터(정시성·여객흐름·에너지) 기반의 지속 개선 체계

8. 맺음말 – 버티포트는 인프라가 아니라 경험입니다

버티포트는 단순한 이착륙장이 아니라, 도시와 하늘을 매끄럽게 잇는 사용자 경험 플랫폼입니다.
표준과 데이터, 멀티모달 설계, 안전·보안이 조화를 이룰 때, 도심의 시간은 다시 설계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