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정류장 ‘버티포트’는 어디에 세워질까? 입지 선정과 환승 허브 전략

비행기에는 공항이 있듯, UAM에게는 버티포트가 필요합니다.
빌딩 숲 사이 어디에 정류장을 세워야 가장 효율적일까요?
제가 나름대로 고민한 단순한 이착륙장이 아닌, 기존 대중교통과 하나로 묶이는 도심 환승 허브로서의 구축 전략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도심항공교통(UAM)이 현실화될수록 관심은 자연스럽게 “하늘을 나는 기체”에서
“사람이 실제로 이용하는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버티포트(Vertiport)입니다.
버티포트는 단순한 이착륙장이 아니라,
안전·접근성·환승·운영 경험이 모두 결합된 도심형 교통 인프라입니다.
이 글에서는 기술 용어 나열이 아니라,
왜 버티포트가 UAM 성공의 핵심인지,
그리고 어떤 관점으로 설계·운영되어야 하는지를
정책·도시·이용자 경험 관점에서 풀어보겠습니다.


1. 버티포트(vertiport)는 왜 UAM의 성패를 가르는가

많은 사람들이 UAM을 이야기할 때
eVTOL 기체의 성능이나 자율비행 기술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기체 그 자체보다 “어디서 타고, 어떻게 갈아타며,
얼마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가”에 더 가깝습니다.
이 모든 질문의 답이 모이는 지점이 바로 버티포트입니다.

버티포트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접점으로,
항공 인프라와 도시 교통 인프라의 성격을 동시에 가집니다.
이곳에서 승객은 이동 수단을 바꾸고,
기체는 에너지를 보충하며,
운영자는 안전과 흐름을 관리합니다.
즉, 버티포트는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UAM 서비스의 첫인상이자 마지막 기억을 결정하는 공간입니다.

만약 버티포트 접근이 불편하거나,
환승 동선이 복잡하고,
대기 공간이 비효율적이라면
아무리 빠른 하늘길이라도 이용 가치는 급격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도
“UAM은 기체 산업이 아니라 인프라 산업”이라는 인식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2. 버티포트의 역할은 이착륙을 훨씬 넘는다

버티포트는 흔히 eVTOL이 오르내리는 장소로만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합니다.
승객 관점에서는 탑승·대기·환승·결제·안내가 이루어지는 공간이고,
운영 관점에서는 안전관리, 기체 회전율, 에너지 운영,
비상 대응이 동시에 관리되는 핵심 거점입니다.

특히 도심형 버티포트는
공항처럼 외곽에 고립된 시설이 아니라,
지하철역, 업무지구, 상업시설과 밀접하게 결합됩니다.
이 때문에 단일 기능만 최적화하는 설계는
오히려 전체 시스템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버티포트는 “비행장”이 아니라
“도시 교통 허브”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버티포트가 UAM의 확장성을 좌우한다는 사실입니다.
초기에는 소규모 운항으로 시작하더라도,
수요가 늘어나면
기체 대수, 운항 빈도, 노선 수가 빠르게 증가합니다.
이때 처음부터 확장성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는
운영 병목과 안전 리스크를 동시에 키우게 됩니다.

3. 입지 선정은 기술보다 사회적 판단의 영역이다

버티포트 입지는 단순히 “공간이 있는 곳”이 아니라,
안전·소음·수요·수용성의 균형 위에서 결정됩니다.
도심은 고층 건물, 난류, 전선, 교량 등
항공 관점에서 불리한 요소가 많고,
동시에 주민 민감도가 매우 높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입지 검토 단계에서는
기술적 가능성보다 사회적 영향 평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정 지점이 비행에는 적합하더라도,
소음이나 시각적 부담으로 주민 반발이 크다면
장기적인 운영은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해외 사례에서도
공항 연계, 신도시, 업무지구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도심 중심부로 확장하는 전략이 일반적입니다.

국내 역시 초기에는
공항–도심, 신도시–업무지구를 잇는 회랑형 노선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평가됩니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기술 검증과 사회적 수용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4. 환승 설계가 곧 UAM의 체감 가치다

UAM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환승 과정이 불편하면 이용 가치는 크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버티포트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얼마나 자연스럽게 다른 교통수단과 연결되는가”입니다.
이동의 총 소요 시간은
비행 시간보다 환승 시간에 더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이상적인 버티포트는
지하철, 광역철도, BRT, 택시와
5분 이내 동선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목표로 합니다.
또한 라스트마일 구간에서는
보행, 자전거, PM, 셔틀과의 연계가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멀티모달 환승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때,
UAM은 ‘특별한 이동’이 아니라
일상의 교통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결제와 정보 제공 역시 환승 경험의 일부입니다.
하나의 앱에서 운임 결제와 일정 확인이 가능하고,
지연이나 우회 발생 시
대체 경로가 자동으로 안내된다면
이용자의 신뢰도는 크게 높아집니다.
버티포트는 물리적 공간이자
디지털 서비스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5. 운영과 안전은 ‘보이지 않게’ 완벽해야 한다

버티포트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안전관리체계(SMS)는
형식적인 문서가 아니라
실제 운영에 녹아들어야 합니다.
위험 요소 식별, 비상 대응, 훈련과 점검은
일회성이 아니라 상시 프로세스로 작동해야 합니다.

특히 eVTOL은 배터리 기반 기체이기 때문에,
화재·열폭주 대응 체계는
기존 항공 인프라보다 훨씬 중요해집니다.
소방 장비 배치, 격리 공간,
오염수 처리 계획까지 포함한
현실적인 시나리오 대응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사이버보안입니다.
관제 시스템, 출입 통제, 결제 시스템이
모두 디지털로 연결되는 만큼,
해킹이나 데이터 오류는
안전 문제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이중화와 보안 설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입니다.

6. 한국형 버티포트 전략의 방향

우리나라는 K-UAM 로드맵을 중심으로
버티포트 기준과 운영 모델을 단계적으로 정립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실증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시범 상용화 단계에서
운영·환승·안전 기준을 구체화한 뒤,
전면 상용화로 확장하는 전략입니다.

중요한 점은 국제 기준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국내 도심 환경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능력입니다.
고밀 개발, 계절풍, 열섬 현상,
미세먼지 등은
국내 버티포트 설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이러한 현실 적합성이 확보될 때,
버티포트는 지속 가능한 인프라가 될 수 있습니다.

7. 버티포트 구축의 현실적 과제와 비용 문제

버티포트 논의에서 종종 간과되는 부분이 바로
구축 비용과 장기 운영 부담입니다.
도심 한복판에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버티포트를 조성하려면
토지 확보, 구조 보강, 소방·구난 설비,
통신·관제 인프라까지 복합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특히 기존 건물 옥상이나 복합환승센터를 활용하는 경우,
구조 안전성 검토와 보강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운영 단계에서도 비용 부담은 지속됩니다.
기체 회전율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공급,
상시 안전 인력 배치,
정기 점검과 비상 대응 훈련은
버티포트를 단순 시설이 아닌
‘24시간 운영 인프라’로 만듭니다.
이 때문에 초기 상용화 단계에서는
공공 부문의 역할과 민간 사업자의
비용 분담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버티포트 확산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8. 맺음말 – 버티포트는 시설이 아니라 경험이다

버티포트는 단순한 항공 시설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UAM을
“믿고 탈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경험의 집합체입니다.
안전, 접근성, 환승, 정보, 신뢰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하늘길은 비로소 일상이 됩니다.

UAM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기체만큼이나 버티포트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도시와 하늘을 잇는 이 작은 거점이
UAM 전체의 성패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