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항공교통(UAM)의 성공을 가르는 핵심은 하늘 위 기체만이 아닙니다.
승객이 오가는 지상 거점, 즉 버티포트(Vertiport)의 설계와 운영 역량이 하늘길의 품질을 좌우하죠.
이번 글에서는 국제 가이드라인과 우리나라 정책 흐름을 바탕으로, 버티포트의 개념·설계 요소·입지 기준·환승(멀티모달) 전략까지 폭넓게 정리합니다.
1. 버티포트(Vertiport)란 무엇인가? (개념과 범위)

버티포트는 eVTOL(전기 수직이착륙기)이 이착륙(Take-off/Landing)하고, 승객이 승하차(Embarking/Disembarking)하며,
기체가 충전·정비·대기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복합 교통 허브입니다.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버티스톱(Vertistop)은 유·무상 운항에 필요한 서비스(정비·보관 등)를 제공하지 않는 간이형 거점을 의미합니다.
국제 표준·가이드라인은 버티포트의 물리적 특성, 장애물 제한, 접근·이륙 경로, 표지 및 조명,
지상 운영(안전관리·소방·구난) 등을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국내도 단계적으로 이를 반영 중입니다.
2. 설계 핵심: TLOF·FATO·안전구역·접근/이륙면
버티포트 설계는 용어부터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국제 가이드라인은 헬리포트 설계 원칙을 확장해 VTOL 특성에 맞춘 기준을 제시합니다.
| 요소 | 설명 | 설계 포인트 |
|---|---|---|
| TLOF (Touchdown & Lift-Off Area) | 기체가 실제로 착지/이륙하는 표면 | 표면 강도·평탄성·배수, 미끄럼 저감, 야간 식별 표식 |
| FATO (Final Approach & Take-Off Area) | 최종 접근과 이륙에 사용되는 구역(비행 궤적과 연동) | 장애물 한계면(Obstacle Limitation Surfaces) 확보, 기체 외곽 치수 고려 |
| Safety Area | TLOF/FATO 주변의 완충·보호 공간 | 이탈·전도 대비 여유폭, 지표면 처리(울타리·완충재) |
| Approach/Departure Paths | 접근/이륙 경로에 설정하는 보호면 | 상공 장애물, 빛눈부심, 풍하중·난류, 소음 민감구역 회피 |
| 마킹·조명·신호 | 주·야간 운항 가시성 및 위치 식별 | 표준 마킹, 가장자리 조명, PAPI/HAPI 등 시인성 장치 검토 |
| 지상운영(SMS) | 안전관리체계·소방/구난·접근통제 | 운항절차(SOP), 비상대응(ERP), 접근제어·사이버보안 |
설계 수치·각도·여유폭 등은 기체 형상과 중량, 추진 방식, 운항 개념(파일럿/자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표준 문서의 최신 개정판을 참조하고, 현장 조건(도심 난류·열섬·가시거리)을 반영한 현장 적합 설계가 필수입니다.
3. 입지 선정: 소음·안전·접근성의 균형
버티포트 입지는 안전과 수요의 교차점에서 결정됩니다.
도심은 고층 장해물과 난류, 전선·교량 등 위험요소가 많고, 동시에 소음·프라이버시 이슈도 큽니다.
따라서 다음 항목의 기초 평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 장애물 환경: 접근/이륙 경로의 장애물 제한면 확보, 풍향·열섬·빌딩간 난류 분석
- 소음·환경: 민감지역(학교·병원·주거) 노출 최소화, 운영 시간대별 소음 지도 시뮬레이션
- 접근성·수요: 공항/역세권/업무지구 등 환승 수요지와의 거리, 승하차 동선 편의
- 비상대응: 소방·구난 차량 접근성, 우회 대체착륙지 계획, 정전·통신두절 대비
- 확장성: TLOF·FATO 확장 여력, STOL형/화물형 전환·증설 가능성
국내 시범 서비스에서는 공항·신도시·업무지구를 잇는 회랑형 노선을 우선 검토하고,
상용화 단계에서 도심 코어 및 복합환승센터로 확대하는 전략이 유력합니다.
4. 환승 허브 전략: 철도·BRT·택시·마이크로모빌리티 연계
버티포트는 단독 거점이 아니라 멀티모달 환승 허브의 일부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지하철·광역철도·BRT·공항버스와의 5분 이내 환승 동선을 목표로 하고,
라스트마일 구간은 자전거·PM·셔틀과 연계합니다.
- 동선 설계: 승객 유도 동선 단순화(수평·수직 환승 최적화), 엘리베이터 대피용량 산정
- 체류공간: 혼잡 시간대 대기구역·보안검색 동선 분리, 유휴시간 상업공간(리테일·라운지) 배치
- 요금/결제: MaaS 기반 통합결제(한 번의 결제로 UAM+철도+버스), 실시간 운임 연동
- 정보 서비스: 통합 운항 정보판, 연착·우회 시 대체 환승안 자동 제시
- 접근성: 장애물 없는 이동(UD) 기준, 고령자·교통약자 우선 동선
5. 운영·안전: SMS, 소방·구난, 사이버보안
버티포트 운영사는 안전관리체계(SMS)를 구축해 위험식별(HAZID)·위험평가(HIRA)·잔여리스크 관리 절차를 상시 가동해야 합니다.
소방·구난(ARFF) 수준과 장비 배치는 기체 배터리·추진계 특성을 반영해 정하고,
배터리 열폭주 대응·격리 구역·배수/오염수 처리 계획을 포함해야 합니다.
디지털 측면에서는 관제망·결제시스템·출입통제에 대한 사이버보안과 이중화가 핵심입니다.
또한 운영 절차(SOP)는 정상·비정상·비상 3계층으로 표준화하고,
통신두절·기상급변·장애물 침입 등 시나리오별 복귀/우회/격리 프로토콜을 명문화해야 합니다.
6. 한국의 추진 흐름: 표준 정립과 실증, 그리고 확장
우리나라는 관계부처와 민간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중심으로 버티포트 설계 기준을 마련하고,
단계적 실증(그랜드 챌린지)→시범 상용화→전면 상용화 로드맵을 추진 중입니다.
초기에는 공항 연계·신도시 거점에 파일럿 거점을 구축하고, 이후 도심 코어 및 복합환승센터로 확장하는 단계 전략이 유력합니다.
핵심은 국제 가이드라인 정합성과 국내 환경 적합성의 균형입니다.
도심 고밀개발·계절풍·열섬·미세먼지 등 국내 조건을 반영한 현장 설계·운영 기준이 병행 정립되어야 합니다.
7. 실무 체크리스트 (요약)
- 최신 가이드라인(FAA EB 105A, EASA PTS 등) 반영 여부
- TLOF/FATO 규격·표면·장애물 제한면 검토 및 기체별 호환성
- 접근/이륙 경로 소음·안전 시뮬레이션(시간대·계절별)
- 환승 동선(철도·BRT·택시·PM) 목표시간 충족 여부
- 소방·구난·사이버보안·정전/통신두절 대비 계획
- 운영 데이터(정시성·여객흐름·에너지) 기반의 지속 개선 체계
8. 맺음말 – 버티포트는 인프라가 아니라 경험입니다
버티포트는 단순한 이착륙장이 아니라, 도시와 하늘을 매끄럽게 잇는 사용자 경험 플랫폼입니다.
표준과 데이터, 멀티모달 설계, 안전·보안이 조화를 이룰 때, 도심의 시간은 다시 설계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