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항공교통(UAM)은 흔히 ‘하늘을 나는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소개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UAM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비행 기술 그 자체가 아닙니다.
승객이 에어택시에서 내린 뒤,
다음 이동 수단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가.
즉, 이동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 경험이야말로
UAM을 실험이 아닌 ‘일상 교통’으로 만드는 핵심 조건입니다.
아무리 빠른 에어택시라도 내린 곳에서 한참을 헤매야 한다면,
그건 더 이상 혁신적인 교통이라 부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UAM 논의의 중심에는
MaaS(Mobility as a Service, 통합 이동 서비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다룬 2026년 UAM 상용화 마일스톤이 하드웨어와 정책의 이정표였다면,
이번 38번째 글에서는
UAM이 단독 교통수단이 아닌,
하나의 앱으로 예약·환승·결제가 연결되는 통합 모빌리티 생태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구조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MaaS란 무엇이며, 왜 UAM에 결정적으로 중요한가?
MaaS는 여러 교통수단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
사용자가 이동 과정 전체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개념입니다.
기존에는 지하철, 버스, 택시, 공유 모빌리티가
각기 다른 앱과 결제 구조로 분리되어 있었다면,
MaaS는 이 모든 이동 수단을 하나의 여정(Journey)으로 묶습니다.

여기서 UAM의 특성이 분명해집니다.
에어택시는 도심 어디서나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아니라,
버티포트라는 제한된 거점 간 이동에 최적화된 수단입니다.
즉, UAM은 혼자서 완성되는 교통수단이 아닙니다.
집에서 버티포트까지 이동하는 First Mile,
도착 후 최종 목적지로 향하는 Last Mile이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체감 효율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UAM 상용화 논의에서 MaaS는
‘편의 기능’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에 가깝습니다.
이는 UAM이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작동해야 한다는
UAM 운영 프레임워크 핵심 정리의 관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
시간 관점:
공중 이동으로 절약한 시간을
지상 환승 대기에서 다시 잃지 않아야 합니다. -
경험 관점:
교통수단마다 앱을 바꾸고 결제하는 과정은
대중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입니다. -
신뢰 관점:
다음 이동 수단이 이미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은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크게 낮춥니다.
결국 UAM은 독립적인 교통 혁신이 아니라,
MaaS라는 통합 플랫폼 안에 연결될 때
비로소 ‘빠른 이동’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다시 말해,
UAM은 하늘을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
통합 모빌리티 네트워크 속에서
가장 시간을 압축하는 핵심 노드(Node)로 기능하게 됩니다.
2. ‘하늘길도 일상처럼’ 설계되는 UAM 사용자 경험(UX)
새로운 교통수단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사용자가 느끼는 이용 난이도입니다.
아무리 빠르고 혁신적인 이동 수단이라도
예약 과정이 복잡하거나, 탑승 절차가 낯설다면
일상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기 어렵습니다.
UAM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항공기 이용’이라는 인식을 최소화하고,
기존 교통수단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도록 UX를 설계해야 합니다.
실시간 데이터가 만드는 선택의 자연스러움
MaaS 기반 UAM 서비스의 핵심은
사용자가 직접 비교하고 판단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드는 데 있습니다.
플랫폼은 현재 위치, 목적지, 도로 혼잡도,
UAM 운항 가능 여부와 대기 시간을 동시에 분석합니다.
그 결과 가장 효율적인 이동 조합을 자동으로 제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UAM을 탈까 말까”를 고민하지 않습니다.
단지 가장 빠른 경로를 선택할 뿐이며,
그 결과에 UAM이 포함될 뿐입니다.
보이지 않게 작동하는 디지털 탑승 절차
UAM UX의 또 다른 핵심은
탑승 과정에서 사용자의 인지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MaaS 플랫폼은 사전 등록된 신원 정보와 결제 수단을 바탕으로
별도의 체크인이나 종이 티켓 없이
비접촉 기반 탑승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편리함의 이면에는 강력한
UAM 사이버 보안 및 데이터 보호시스템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버티포트에서의 경험은
공항보다는 지하철 환승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하게 됩니다.
3. MaaS 플랫폼 경쟁: UAM의 주도권은 누가 쥘 것인가
UAM 시대의 경쟁 구도는
단순한 기체 성능 비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더 중요한 질문은
누가 사용자의 이동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느냐입니다.
UAM은 운송 수단 중 하나일 뿐이며,
사용자의 선택은 대부분 플랫폼이 설계한 화면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글로벌 시장: 기존 플랫폼의 확장 전략
해외에서는 이미 확보된 차량 호출·이동 데이터 위에
UAM을 추가하는 방식이 주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새로운 앱을 설치하거나
새로운 사용 방식을 학습하지 않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UAM은 ‘새로운 서비스’라기보다
기존 이동 옵션 중 하나로 흡수되는 형태에 가깝습니다.
국내 환경: 고밀도 도시와 데이터 기반 통합
한국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고,
내비게이션·결제·위치 데이터가 이미 정교하게 축적돼 있습니다.
이 환경에서는 UAM을
지상 교통의 대체재가 아닌
혼잡 구간을 압축하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나 공항 접근 구간처럼
병목이 반복되는 구간에서
MaaS와 결합된 UAM의 효용은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 관점] MaaS 연계 여부에 따른 이동 시간 차이
다음은 UAM이 MaaS에 완전히 통합되었을 때를 가정한
주요 도심 구간의 이동 시간 비교 예시입니다.
(비행 시간뿐 아니라 지상 환승과 대기 시간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 구간 | 기존 지상 교통 | UAM + MaaS | 체감 단축 |
|---|---|---|---|
| 인천공항 ↔ 잠실 | 90~100분 | 약 25분 | -70분 |
| 여의도 ↔ 용인(수지) | 60~70분 | 약 20분 | -45분 |
| 김포공항 ↔ 강남 | 50~60분 | 약 15분 | -40분 |
이 수치는 비행 기술보다
환승 대기 시간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실제 체감 속도를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4. 결론: UAM은 ‘이동을 완성하는 기술’이다
UAM의 상용화는
기체가 하늘로 떠오르는 순간이 아니라,
사용자가 이동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 순간에 완성됩니다.
아무리 비행 시간이 짧아도
환승이 불편하고, 대기 시간이 길다면
UAM은 특별한 경험에 머물 뿐입니다.
반대로 MaaS를 통해
예약·결제·환승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면,
UAM은 이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실질적인 수단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 연결의 설계입니다.
앞으로의 모빌리티 산업은
기체 제조사, 플랫폼 기업, 통신 인프라, 지자체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는 협업 구조로 진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심 하늘길이 열리는 시점,
우리의 이동은 ‘어디를 탈 것인가’가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경로가 무엇인가’를 묻는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설계하는 중심에는
MaaS로 연결된 UAM 생태계가 자리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